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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논란 현장 르포] 세계가 주목하는 아르헨티나 '연금 개혁'

'남미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54)은 다시 위대한 아르헨티나를 꿈꾸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미국, 두 나라는 닮은 데가 많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를 향해서도 또 한 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Make Argentina Great Again"   남반구의 먼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겉으로는 연금 개혁을 둘러싼 이익 갈등 같지만, 근저에는 가치의 충돌이 있다. 리버태리어니즘(Libertarianism) 개혁과 이에 저항하는 이념의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리버태리어니즘의 사령관인 밀레이 대통령은 국가의 개입이 필요 없다는 수준을 넘어 국가의 존재 자체를 악으로 여기는 입장이다. 지난 40여년간 포퓰리즘에 젖어 나락으로 떨어진 아르헨티나이기에 반작용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지도자라고나 할까. 급진적인 개혁은 거센 저항을 낳는다. 이는 지금 우파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미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일 오후 1시(현지시간), 긴장감으로 꽉 찬 공기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회의사당 앞을 휘감고 있다. 도시명에 담긴 ‘상쾌한 바람’이라는 뜻의 정취는 찾을 수 없다. 약 3시간 후면 대대적인 연금 개혁안 반대 시위가 진행된다.   아르헨티나 연방경찰(PFA) 등이 의사당 주변으로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곳곳에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쾅” “쾅”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의사당 주변의 라바다비아 애비뉴, 카야오 애비뉴 등의 차량 진입은 통제됐고, 시민들의 출입 역시 금지됐다.   이미 지난 12일 이곳에서는 대규모 폭력 시위가 일어난 바 있다. 당시 100여명이 체포됐고, 15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의사당 앞으로 쩌렁쩌렁한 북소리와 함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Linertonto!”   ‘자유주의자(Libertario)’와 ‘바보(Tonto)’를 합친 말로 밀레이 대통령을 조롱하는 욕설이다.   시위에 나선 모가도 플로렌시아는 “생계 유지조차 힘든 시니어도 많은데 연금법을 바꾸겠다는 밀레이는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오늘 우리는 시민 혁명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리버태리어니즘은 ‘자유 지상주의’다. 개인의 자유,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관한 한 신자유주의, 네오리버럴리즘보다 더 오른편에 서 있다.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와도 가깝다. 밀레이는 스스로 ‘아나코-캐피탈리스트’를 자임한다.   그는 집권 후 거침없이 개혁을 단행했다. 18개 정부 부처를 단 7개로 줄여놨다. 재정지출은 거의 올스톱이다. 그렇게 할 일이 없어진 공무원 3만4000여 명(올해 1월 기준)을 잘랐다. 이번 시위의 단초인 은퇴자 연금 동결도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는 밀레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다. 그렇게 만성적자의 대명사이던 아르헨티나 정부 재정은 급진적 개혁 정책을 통해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이처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는 건 이면에 서로 섞이거나 수용하기 어려운 가치의 충돌이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곳곳에는 사회주의노동자운동(MST), 좌파 혁명 조직 폴리티카 오브레라(PoliticaObrera), 사회주의 좌파당(IzquierdaSocialista) 등의 사람들이 대형 깃발을 휘날리며 바리케이드로 몰려들었다. 모두 밀레이의 정책과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놓인 이들이다.   한인 최초로 아르헨티나 방송국에서 앵커로 활동했던 황진이 씨는 “그동안 이 나라에서는 연금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까지 연금이 주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밀레이 정부의 연금 개혁안이 이슈화되면서 축구팀의 훌리건까지 가세해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곳곳에 헬멧을 쓰고 '구조팀(rescate)' 조끼를 입은 이들이 눈에 띈다. 지난 12일 벌어진 시위에서 수십명이 부상을 당하자 이에 대비해 구성된 민간 의료팀이다.   카르아노 모레노(71)씨는 “'최루탄 2개 가격이 최저연금보다 비싸다(2 cartuchos de gas valen mas que 1 jubilacion)'는 피켓을 들었다. 그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신 저들(경찰)은 힘없는 이들에게 최루탄과 고무탄을 쐈다”고 분개했다   지난 시위에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정신을 잃기까지 했던 비아트리지 비안코(87)씨도 이날 다시 의사당 앞으로 나왔다. 당시 비안코 할머니가 폭행 당해 쓰러진 영상은 전국적으로 퍼졌고, 이번 시위를 앞두고 공분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밀레이 정부가 들어선 후 아르헨티나의 물가는 잡히기 시작했다.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수준이던 페소화는 이제 몸값이 훌쩍 뛰었다. 이코노미스트가 올 1월 발표한 빅맥 지수에서는 아르헨티가가 가장 높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맥도널드 햄버거 가격은 LA나 뉴욕보다 20% 이상 비싸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포기 상태에 빠졌던 일들이다. 이 모든 건 하려고만 한다면 아르헨티나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거시경제적 자신감은 밀레이 개혁의 최대 성과다.   물론 온정주의적, 나쁘게 말해 ‘퍼주기 식’ 복지와 시혜에 익숙한 집단은 아직도 굳건하게 존재한다. 개혁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는 이유다.   마리아노 후리코씨는 “저들(경찰)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저들의 가족도 이 정권의 정책 때문에 피해를 입을텐데 아랑곳하지 않는 건 권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소리쳤다.   마스크와 복면을 쓴 일부 시위대가 철제로 된 바리케이드를 발로 차며 경찰을 자극하자 몇몇 시민들이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시위대와 평화 시위를 외치는 시민들 사이에서 시비가 붙기도 했다. 시민 100여명이 난폭해진 일부 시위대를 둘러싸고 “경찰을 자극하지 말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경찰은 시위가 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물대포를 장착한 장갑차를 바리케이드 시위대 앞으로 배치했다. 방패를 들고 무장한 경찰이 바리케이드 앞을 막아섰고, 오토바이 굉음을 울리며 시위대에게 통제선을 넘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를 했다.   흥분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빈 병 등을 마구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이 곧바로 최루탄을 여러 발 발포했다. 지난주 경찰이 쏜 최루탄이 한 취재 기자(파블로 그리요)의 머리를 직격해 치명상을 입힌 사건을 고려해서인지, 이날 조준 사격을 하진 않았다. 최루탄을 길바닥으로 하향 발사해 시위대를 분산시키는 데 주력하는 양상을 보였다.   오후 9시 30분, 경찰이 의사당 주변의 모든 골목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경찰이 계속해서 최루탄을 발포하자 시위대도 더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르헨티나 최대 언론인 클라린의산티 가르시아 디아즈 사진기자는 “다음 주 수요일에 또 이곳에서 시위가 열릴 것”이라며 “이게 아르헨티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 이곳은 밀레이 정책의 반대 세력이 내뱉는 욕설과 난동으로 또 뒤덮일 수 있다. 이게 켜켜이 쌓인 포퓰리즘의 퇴적물이 리버태리언 개혁에 쓸려나가며 지르는 비명인지, 저만치 물러선 듯한 포퓰리즘이 다시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장열·김상진 기자격렬한 논란 현장 르포 연금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연방경찰 나라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

2025-03-20

[실시간 현장 르포] (종합) 전진이냐, 후퇴냐 기로에 선 아르헨티나

19일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종일 긴장감으로 뒤덮여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라는 뜻의 정취는 찾을 수 없었다.  국회의사당 주변은 저녁께부터 시위대의 욕설과 경찰의 최루탄으로 뒤범벅이 됐다.     남반구의 먼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이 시위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리버태리어니즘 개혁과 그에 저항하는 쪽의 거대한 이념 충돌이다. 툭 하면 벌어지던 시위와는 사뭇 다르다. 겉으로는 연금 개혁을 둘러싼 이익갈등으로 보이지만, 근저엔 이념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서로 섞이거나 수용하기 어려운 가치의 충돌이다.   리버태리어니즘의 사령관은 2023년 12월 대통령에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54)다. 국가의 개입이 필요없다는 수준을 넘어 국가의 존재 자체를 악으로 부정하는 입장이다. 국가원수가 그런 생각을 하니 세계의 주목을 끌 수밖에. 지난 40여년 포퓰리즘에 젖어 나락으로 떨어진 아르헨티나이기에 그 반작용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지도자라고나 할까.   우리말로 자유지상주의로 옮길 수 있는 리버태리어니즘은 개인의 자유,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관한 한 신자유주의, 네오리버럴리즘보다 더 오른 편에 서 있다.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와도 가깝다. 밀레이는 스스로 ‘아나코-캐피탈리스트’를 자임한다. 집권 후 거침없는 개혁을 해냈다. 18개 정부부처를 단 7개로 줄여놨다. 재정지출을 거의 올스톱시켰다. 그렇게 할 일이 없어진 공무원 3만4000여 명을 잘랐다. 만성적자의 대명사이던 아르헨티나 재정이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뿐인가. 초인플레의 대명사인 아르헨티나의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다.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수준이던 페소화는 이제 몸값이 훌쩍 뛰었다. 이코노미스트가 올 1월 발표한 빅맥 지수에서 아르헨티나가 가장 높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맥도날드 값은 LA나 뉴욕보다 20% 이상 비싸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포기상태에 빠졌던 일들이다. 그러나, 하려고만 한다면 아르헨티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그 같은 거시경제적 자신감이 밀레이 개혁의 최대 성과다.   물론 온정주의적, 나쁘게 말해 퍼주기식 복지와 시혜에 익숙한 집단은 아직도 강력하게 존재한다.개혁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는 이유다.     19일 오후 9시30분 연방 경찰이 의사당 주변 골목을 모두 막아서자 본지 취재팀은 현장에서 철수했다. 골목으로 빠져나가려던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막히자 맥주병을 던지며 과격한 행동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발포하자 시위대도 더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한 시위 참가자는 “개자식들아, 우리는 다시 오겠다”며 소리쳤다. 경찰들은 방패를 들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최대 언론인 클라린의 산티 가르시아 디아즈 사진기자는 “다음주 수요일에 또 이곳에서 시위가 열릴 것”이라며 “이게 아르헨티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약 6시간만에 마무리 됐다. 다음주 이곳은 그 절반을 차지하는 반대세력의 욕설과 난동으로 또 뒤덮일 수 있다. 이게 켜켜이 쌓인 포퓰리즘의 퇴적물이 리버태리언 개혁에 쓸려나가며 지르는 비명인지, 저만치 물러선 듯한 포퓰리즘이 다시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관련기사 [실시간 현장 르포] (6보) 아르헨티나 시위대, 무장경찰과 맞서 [실시간 현장 르포] (5보) 아르헨티나 시위, 의사당 앞서 일촉즉발 [실시간 현장 르포] (4보) 아르헨티나 시위대 격화 [실시간 현장 르포] (3보) 아르헨티나 MAGA 시위 본격 시작 [실시간 현장 르포] (2보) 아르헨티나 MAGA의 현장 [실시간 현장 르포] (1보) 아르헨티나 MAGA의 현장 부에노스아이레스=김상진 장열 기자실시간 현장 르포 아르헨티나 종합 아르헨티나 재정 나라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최대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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